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끔찍한 감염병 대유행이 다시 우리를 덮칠 때를 대비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 내디뎌졌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회원국들이 2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연례 총회에서 법적 구속력을 지닌 '팬데믹 협약'을 만장일치로 정식 채택했습니다. 이는 미래의 팬데믹에 전 세계가 공동으로, 그리고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약속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팬데믹 협약, 왜 필요했고 무엇을 담았나?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에 엄청난 인명 피해와 사회경제적 혼란을 야기하며, 국제 공조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했습니다. 특히 백신과 치료제 개발 이후에도 국가 간 불평등 문제, 정보 공유의 미흡함 등 여러 한계점이 드러났습니다. 이번에 채택된 팬데믹 협약은 이러한 교훈을 바탕으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 대유행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예방, 대비 및 대응(PPR)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무려 3년간의 치열한 논의와 협상 끝에 탄생한 이 협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상호 조율된 보호장비 조달: 팬데믹 발생 시 마스크, 방호복 등 필수 보호장비의 원활한 확보를 위해 국가 간 조율 시스템을 마련합니다.
- 강화된 질병 감시체계: 인간과 동물을 포괄하는 '원헬스(One Health)' 접근 방식을 통해 질병 감시체계를 더욱 촘촘하게 구축하여 신종 감염병 발생을 조기에 감지하고 대응합니다.
- 의학 기술 이전 촉진: 저소득 국가도 백신과 의약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선진국의 의학 기술 이전을 위한 길을 열어줍니다. 이는 '백신 주권' 확보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입니다.
- 의약품의 공평한 접근 보장: 협약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로, 팬데믹 상황에서 모든 국가가 필요한 의약품, 치료 수단, 백신을 공평하게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0% 할당' 규칙, 빈곤국에 희망 될까?
특히 주목할 만한 조항은 의약품 제조업체의 기여 방안입니다. 이번 협약에 참여하는 의약품 제조업체는 팬데믹 재발 시 자사가 생산하는 백신, 의약품, 진단키트의 20%를 WHO에 할당하게 됩니다.
이렇게 확보된 물량은 빈곤국 국민들이 신속하게 치료받고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사용될 예정입니다. 이는 과거 코로나19 백신 분배 과정에서 나타났던 '백신 민족주의'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약속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만장일치 채택의 의미와 WHO의 역할
이번 협약 채택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앞서 19일 이뤄진 투표에서는 125개국이 찬성하고 반대한 국가는 없었지만, 폴란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러시아, 슬로바키아, 이란 등 10개국이 기권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튿날인 20일, 의장이 전체 회원국 대표들을 상대로 이의 여부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된 최종 절차에서 어느 나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만장일치로 공식 채택될 수 있었습니다. 이는 팬데믹 대응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번 협약 채택에 대해 "이 협약은 공공보건과 과학, 다자간 행동의 승리"라며, "이를 통해 우리는 미래의 팬데믹 위협으로부터 세계를 집단으로, 더 잘 지킬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이 협약은 개별 국가의 노력을 넘어선 전 지구적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약속, 남은 과제는?
팬데믹 협약 채택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이제 각 회원국은 협약의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고, 국제적인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해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만큼, 협약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과 WHO의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지원이 중요할 것입니다.
코로나19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고, 미래의 감염병 위협으로부터 우리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글로벌 보건 방패'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협약은 큰 의미를 지닙니다. 전 세계의 연대와 협력이 빛을 발하여, 모든 인류가 건강하고 안전한 미래를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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