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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직만 찾습니다"…대한민국 과학계 덮친 역설,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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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R&D 예산 총액은 삭감 이전 수준으로 복원됐지만, 연구 현장에서는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느냐"는 절규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대규모 '한계도전형 R&D'에 집중하는 사이, 연구 경력을 시작해야 할 신진연구자들의 '경력 사다리'가 끊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대한민국 R&D 토양에 씨앗을 뿌리지 못해 기초연구 생태계 전체가 고사할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됩니다.

 

 

"학생을 받을 수 없다"…참담한 신진 교수의 현실

 

지난해 지방대 이공계 교수로 임용된 A씨는 최근 대학원 입학을 문의한 학생을 눈물을 머금고 돌려보내야 했습니다. 연구 과제가 없어 학생에게 인건비조차 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내 능력이 부족한 탓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참담함을 느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는 A 교수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갓 임용된 수많은 신진연구자들이 연구 과제가 없어 실험실을 꾸리고 후속 세대를 양성하는 데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라진 신진연구자 지원 과제

  • 우수신진연구 과제 급감: 2022년 약 700개 → 올해 400개로 대폭 감소
  • 생애기본연구 과제 사실상 폐지:
    • 생애첫연구 예산: 72.7% 삭감
    • 기본연구 예산: 59.8% 삭감

 

특히 연구 경험이 없는 신진연구자들의 첫 단추 역할을 했던 '생애기본연구'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이제 막 연구를 시작하려는 이들의 진입로 자체가 막혀버린 상황입니다.

 

 

'씨앗연구'는 해결책이 될 수 있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기초연구 강화를 명분으로 '씨앗연구' 과제를 신설했습니다. 400개 과제를 추가해 표면적으로는 총 과제 수가 800개로 늘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현장 연구자들은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과제 기간이 1년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최장 3년을 지원하는 우수신진연구와 비교하면 턱없이 짧습니다. 한 3년 차 교수는 "1년이면 과제 제안서 등 행정 업무만 하다 끝날 시간"이라며 "초기 연구실을 꾸리고 정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땜질식 처방이 아닌, 안정적인 연구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는 목소리입니다.

 

 

'선택과 집중'의 그늘, 성장 기회를 잃다

 

정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수 과학자를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가 말장난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대형 과제를 수행하는 우수 과학자가 되려면 작은 연구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야 하는데, 그 기회 자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경수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 "신진연구자가 연구를 해야 중견이나 정상급 연구자로 성장하는데, 전체 과제 수가 줄어들고 과제 선정률이 10%대까지 떨어지며 연구자들이 성장할 기회를 잃었다."

 

정부의 R&D 과제에만 의존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학이나 기관이 연구정착금을 충분히 지원해 신진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경력을 쌓도록 돕는 생태계 조성을 강조했습니다. R&D 예산 총액의 숫자 놀음이 아닌, 풀뿌리 기초연구를 튼튼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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