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과 AI의 만남, 암 정복의 '게임체인저' MCED란 무엇일까?

 

 

만약 단 한 번의 혈액 검사로 위암, 폐암, 간암 등 여러 종류의 암을 한꺼번에 발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암 치료의 성패를 가르는 '조기 발견'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시간과 비용까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꿈의 기술. 이것이 바로 전 세계 바이오 업계가 주목하는 다중 암 조기진단(MCED, Multi-Cancer Early Detection) 기술입니다. '2025 바이오 미래 유망기술' 보고서가 암과의 싸움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꼽은 MCED, 그 원리와 미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게임체인저의 등장: 다중 암 조기진단(MCED)이란?

 

 

현재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암 검사는 특정 암 하나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유방암을 찾기 위해 유방촬영술을, 대장암을 찾기 위해 대장내시경을 받는 식입니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여러 암을 동시에 발견하기 어렵고, 특히 초기 증상이 거의 없는 췌장암 같은 경우엔 발견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MCED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혁신적인 기술입니다. 말 그대로 한 번의 검사(주로 혈액검사)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암을 동시에 스크리닝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암 진단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핵심 기술 '액체 생검': 혈액 속 암의 흔적을 찾다

 

MCED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은 바로 '액체 생검(Liquid Biopsy)'입니다. 조직을 직접 떼어내는 기존의 조직 생검과 달리, 혈액이나 소변, 침과 같은 체액을 이용해 암의 존재를 비침습적으로(몸에 상처를 내지 않고) 판별하는 기술입니다.

 

우리 몸에 암세포가 생기면, 분열하고 사멸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유전 정보가 담긴 조각들을 혈액 속으로 방출합니다. 액체 생검은 바로 이 흔적들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 순환 종양 DNA (ctDNA): 암세포에서 유래해 혈액 속을 떠다니는 DNA 조각. 암세포의 고유한 유전 정보를 담고 있어 암의 존재를 감지하는 가장 중요한 바이오마커입니다.
• 세포 유리 DNA (cfDNA): 정상 세포와 암세포 모두에서 나오는 DNA 조각으로, 이 안에서 ctDNA를 선별해 냅니다.
• 순환 종양 세포 (CTC): 혈액 속을 순환하는 살아있는 암세포.
• 엑소좀: 세포가 분비하는 작은 주머니로, 내부에 암 관련 정보를 포함합니다.

 

국내에서는 GC지놈의 '아이캔서치'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단 10ml의 혈액으로 대장암, 폐암, 간암 등 6종 이상의 암을 동시에 선별할 수 있어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래의 해답, AI와의 융합

 

물론 MCED 기술에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은 있습니다. 암 초기의 경우 종양 크기가 매우 작아 혈액 속 ctDNA의 양이 극히 적어 검출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암 신호를 발견하더라도 정확히 어느 장기에서 유래했는지 특정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습니다.

의료계는 이 한계를 극복할 해답으로 인공지능(AI)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혈액 속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분자 정보를 인간이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습니다.

 

AI의 머신러닝, 딥러닝 알고리즘은 미세한 바이오마커의 패턴을 분석해 기존 방식으로는 판별이 어려운 암도 높은 정확도로 찾아내고, 위양성(가짜 양성) 확률을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즉, 액체 생검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로 정밀하게 분석하는 융합 기술이 MCED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피 한 방울로 시작해 AI의 분석으로 완성되는 MCED 기술. 암을 '극복 가능한 질병'으로 만들 인류의 강력한 무기가 될 MCED 기술의 발전이 우리에게 더 건강한 미래를 선물해 주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