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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은 옛말? '워라블' 시대의 도래와 변화하는 근무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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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였던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며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이 개념은 많은 직장인에게 이상적인 근무 형태로 여겨졌습니다. 퇴근 후에는 온전히 개인적인 시간을 확보하고, 주말에는 일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명확한 분리가 핵심이었죠.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팬데믹을 거치며 우리의 근무 형태는 또 한 번의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일과 삶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자연스럽게 융합되는 '워라블(Work-Life Blending)'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워라밸 vs 워라블: 무엇이 다른가?

먼저, 워라밸과 워라블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워라밸은 일과 삶을 저울의 양 끝에 놓고 균형점을 찾는 것에 가깝습니다. 즉, 두 영역을 최대한 분리하여 각각의 시간에 충실하고자 하는 개념입니다. 9시 출근, 6시 퇴근이라는 정해진 틀 안에서 업무 효율을 높이고, 퇴근 후에는 일 생각을 완전히 차단하는 방식이죠. 이는 번아웃을 예방하고 개인 시간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때로는 경직된 근무 방식으로 느껴지거나, 예상치 못한 업무 발생 시 대처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었습니다.

 

반면, 워라블은 일과 삶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허물고, 두 영역을 자연스럽게 통합하는 방식입니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와 우유가 섞여 라떼가 되듯 일과 삶이 서로 스며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낮 시간에 개인적인 용무를 보고 저녁에 다시 업무를 처리하거나, 휴가지에서 잠시 노트북을 켜서 급한 업무를 보는 식입니다. 이는 유연근무와 재택근무 확산, 그리고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가능해진 형태입니다.

 

왜 워라블인가? 변화의 동력

그렇다면 왜 워라밸에서 워라블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을까요? 몇 가지 주요 동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기술의 발전입니다. 스마트폰, 노트북, 클라우드 서비스, 협업 툴 등은 우리가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물리적인 사무실 공간의 제약이 사라지면서 일과 삶의 공간적 경계가 자연스럽게 희미해졌습니다.

 

둘째,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입니다. 예기치 않게 시작된 대규모 **재택근무**는 많은 기업과 직장인에게 새로운 근무 방식을 경험하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혼란도 있었지만, 점차 원격 근무 환경에 적응하면서 일과 삶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방식에 익숙해졌습니다.

 

셋째, MZ세대의 부상입니다. 이전 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기보다 자율성과 유연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과 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업무 성과만 낼 수 있다면 근무 시간과 장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워라블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업무를 조율할 수 있는 매력적인 방식으로 다가옵니다.

 

넷째, 긱 이코노미(Gig Economy)와 프로젝트 기반 업무의 증가입니다. 특정 프로젝트나 업무 단위로 계약하는 형태가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9-to-6 근무 방식보다는 유연한 시간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워라블 시대의 명암: 기회와 과제

워라블은 분명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고 개인적인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사무실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처럼 원하는 곳에서 일하며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워라블에는 명확한 그림자도 존재합니다. 가장 큰 우려는 바로 '상시 연결(Always-on)' 문화로 인한 번아웃 위험입니다.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제대로 쉬지 못하고 끊임없이 업무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퇴근 후나 주말에도 업무 연락에 응답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으며, 이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워라블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언제든 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언제든 일해야 한다'는 의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율성에는 책임감과 함께 명확한 자기 통제, 그리고 조직 차원의 배려와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성과 측정 방식의 변화, 동료 간의 소통 및 유대감 약화, 원격 근무 환경에서의 보안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모든 직무에 워라블을 동일하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균형 잡힌 워라블을 향하여

결론적으로, 워라밸에서 워라블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미래의 일 방식 변화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워라블이 단순히 '일과 삶을 섞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 차원에서는 스스로 업무 시간과 휴식 시간의 경계를 설정하고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인지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 차원에서는 유연한 근무 제도를 지원하되, 과도한 업무 부담이나 상시 연결 요구를 지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명확한 성과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원격 근무 환경에서도 효과적인 소통과 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결국, 이상적인 워라블은 개인의 자율성과 책임감, 그리고 조직의 신뢰와 지원 시스템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룰 때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워라밸이든 워라블이든, 핵심은 '일'이 '삶'을 잠식하지 않으면서 개인이 행복과 성장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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