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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거부의 시대 – 청년들의 성인기 회피는 사회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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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청년층 사이에서 점점 더 자주 언급되는 심리적 개념, 피터팬 증후군. 이는 성인기의 책임과 역할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뜻합니다. 단순히 개인의 미성숙 문제로 보기엔 너무 많은 청년들이 유사한 성향을 보이고 있으며, 그 원인은 개인 심리뿐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요인과 맞물려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성인기 회피 경향이 청년 세대에서 증가하는 이유를 심리학적 관점과 사회 환경적 분석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피터팬 증후군의 심리학적 이해

피터팬 증후군은 원래 심리학자 댄 카일리가 제시한 개념으로, 성장하고 싶지 않은 어른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성인이 되어야 할 나이임에도 책임 있는 역할을 회피하거나, 감정적으로 미성숙한 행동을 지속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이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직업, 연애, 결혼 등 성인이 되어야 겪는 여러 사회적 과업 앞에서 불안, 회피, 무기력을 경험하게 됩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는 회피형 애착 스타일, 낮은 자존감,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어린 시절 양육자와의 안정된 애착 형성에 실패했거나, 부모로부터 과도한 보호를 받으며 자란 경우, 독립성과 책임감을 발달시키지 못한 채 성장하게 됩니다.

 

또한, 성인이 된다는 것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순간(예: 첫 취업의 좌절, 경제적 독립 실패, 연애 실패 등)을 경험하며, “어른이 되는 건 고통스럽다”는 인식이 굳어지고 이를 회피하는 경향으로 이어집니다. 그 결과는 사회 속에서 성인의 역할을 거부하거나, 미루는 행동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청년 세대의 특징과 현실 속 스트레스

현대 청년 세대는 ‘헬조선’, ‘N포세대’ 등 부정적 자아상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닌, 실제로 청년들이 느끼는 사회적 박탈감과 압박감을 상징합니다. 이 세대는 고용 불안, 높은 주거비, 결혼·출산에 대한 부담, 치열한 경쟁과 비교로 인해 자신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청년들은 자발적으로 성인이 되는 것을 포기하거나, 성인으로서의 책임을 '미루는 전략'을 택하게 됩니다. 예컨대, 취업보다 공무원 시험이나 편입 등 ‘준비’를 택하고, 자립보다는 부모와의 동거를 지속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현실도피적 자기보호’ 메커니즘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Z세대는 특히 심리적 안정과 자기중심적 가치를 중시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그들은 희생보다 만족을 추구하며,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빠르게 성인이 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 피터팬 증후군과 같은 성인기 회피 현상이 단순한 소수가 아닌, 세대 특성으로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사회 구조가 만든 ‘미루는 성인’

피터팬 증후군이 청년 개인의 심리 문제로만 여겨져선 안 되는 이유는, 이들의 회피 행동이 사회적 구조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20대 중후반이면 취업·결혼·출산이라는 ‘정해진 루트’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경로가 파편화되었고, 미래에 대한 확신도 희미해졌습니다.

 

정규직 취업의 문턱은 높아졌고,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 등 새로운 고용 형태는 안정된 삶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청년들은 “성인으로서의 삶은 오히려 불리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고, 성인이 되는 것을 리스크로 인식하며 회피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사회는 여전히 ‘어른이라면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자원(일자리, 주거, 복지)은 부족한 상태입니다.

 

즉, 청년에게는 책임만 요구되고, 권리는 보장되지 않는 사회가 형성된 것입니다. 결국, 피터팬 증후군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에게 부담만 주는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시스템적 결과라 볼 수 있습니다.


성인기 회피 현상은 청년 개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구조적 불균형과 심리적 압박이 만들어낸 복합적 결과입니다. 피터팬 증후군은 단지 미성숙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청년층의 심리적 불안과 사회적 기대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정서적 지원이 절실한 문제입니다. 어른이 되지 못한 이들을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이 안심하고 성장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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