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의 영적 지도자인 교황. 현 교황이 선종하거나 사임하면 전 세계의 이목은 바티칸 시국의 작은 예배당, 시스티나 성당으로 쏠립니다. 바로 이곳에서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스러운 절차, '콘클라베(Conclave)'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콘클라베'는 라틴어로 '열쇠로 잠근다(cum clave)'는 의미를 지닙니다. 외부와의 완전한 차단 속에서 오직 기도와 성령의 인도에 의지해 교회의 새로운 수장을 선출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신비롭고 엄격한 절차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1. 사도좌 공석 (Sede Vacante)
교황의 선종이나 공식적인 사임 발표로 교황의 자리가 비게 되면 '사도좌 공석' 기간이 시작됩니다. 이 시기에는 교황청의 일상적인 행정 업무는 궁무처장(Camerlengo) 추기경이 대행하지만, 교회의 중요한 결정이나 새로운 법령 제정 등은 일절 중단됩니다. 오직 새 교황 선출 준비만이 진행됩니다.
2. 추기경들의 소집과 준비
새 교황 선출권은 추기경(Cardinal)들에게 있습니다. 단, 교황 선종일 또는 사임 발효일 기준으로 만 80세 미만의 추기경만이 선거권을 가집니다. 이들을 '선거인 추기경'이라고 부릅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선거인 추기경들은 교황 선종 후 15일에서 20일 이내에 바티칸에 모여 콘클라베를 준비합니다. 이 기간 동안 추기경들은 총회를 열어 교회의 현안을 논의하고, 장례 절차를 진행하며, 콘클라베의 규칙을 재확인합니다.
3. 콘클라베 개시: 시스티나 성당으로
준비가 완료되면, 선거인 추기경들은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한 뒤 행렬을 이루어 시스티나 성당으로 입장합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프레스코화 아래에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 선거 절차가 시작됩니다.
추기경들은 외부 세계와의 완전한 차단을 서약합니다. 통신 기기 사용은 금지되며, 선거 내용에 대한 발설 역시 절대 금지됩니다. "모두 물러가라(Extra omnes)"는 외침과 함께 선거인 추기경과 일부 보조 인력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퇴장하고, 시스티나 성당의 문은 '열쇠로 잠깁니다(Conclave)'.
4. 투표와 비밀 유지
콘클라베는 철저한 비밀 투표로 진행됩니다. 추기경들은 '나는 주님이시며 심판자이신 그리스도를 증인으로 삼아, 하느님 앞에서 당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내 표를 줍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네모난 투표용지에 후보자의 이름을 적습니다. 이름을 적은 뒤에는 용지를 두 번 접어 봉합니다.
투표는 보통 하루에 오전, 오후 두 차례씩 총 네 번 진행됩니다(첫날은 오후 한 차례). 각 추기경은 자신의 투표용지를 들고 제단으로 나아가 서약하고 투표함에 넣습니다. 투표가 끝나면 개표 과정을 거쳐 득표수를 확인합니다.
5. 연기로 전하는 소식: 검은 연기와 흰 연기
새 교황이 선출되기 위해서는 3분의 2 이상의 득표가 필요합니다. 투표 결과,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투표용지와 관련 기록들을 태워 그 연기를 시스티나 성당 굴뚝으로 내보냅니다. 이때 젖은 짚이나 화학 약품을 함께 태워 검은 연기(Fumata nera)를 만들어 아직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음을 외부에 알립니다.
만약 3분의 2 이상 득표한 당선자가 나오면, 투표용지만을 태워 흰 연기(Fumata bianca)를 피워 올립니다. 이 흰 연기는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신호이며,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군중들은 환호성을 터뜨립니다. 최근에는 혼란을 막기 위해 흰 연기와 함께 성 베드로 대성당의 종을 울려 선출 소식을 보다 명확히 알립니다.
6. 수락과 선포: "하베무스 파팜!"
새 교황으로 선출된 추기경에게 수석 추기경이 다가가 교황직 수락 여부를 묻습니다. 당선자가 "수락합니다(Accepto)"라고 답하면 공식적으로 교황이 됩니다. 이후 새 교황은 자신이 사용할 교황의 이름(예: 프란치스코, 베네딕토 16세 등)을 선택합니다.
새 교황이 교황 복장을 갖춰 입으면, 추기경들은 차례로 새 교황에게 순명을 서약합니다. 잠시 후, 수석 부제 추기경이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 나타나 라틴어로 외칩니다. "하베무스 파팜! (Habemus Papam!)" - "우리는 교황을 모셨습니다!"
이어서 새 교황의 이름과 그가 선택한 교황명이 선포되고, 마침내 새로운 교황이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 전 세계를 향한 첫 축복,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를 내립니다.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콘클라베는 엄격한 비밀주의와 전통, 그리고 깊은 신앙심이 어우러진 독특한 선거 방식입니다. 외부와 단절된 채 오직 성령의 인도에 의지하려는 노력 속에서 가톨릭 교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목자를 찾는 과정은 그 자체로 신비롭고 경건한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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